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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비가 내렸다.
장마기간이라고는 하나 일주일 내내 쨍쨍하더니만,
딱 떠나기로 한 그날 아침부터 장대같은 비가 쏟아진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다.


의정부역을 통해 시내버스를 타고 산정호수로 가는 분들은 시간표 체크 필수.
어딜 들어가기도 뭐하고 해서 정류장에 그냥 주욱 서서 한시간을 말끔히 보내버렸다.
그러고도 두어시간을 달려 도착한 산정호수.


가는 내내 비는 잦아들다가 다시 내리다가를 반복하며 애간장을 태웠다.
도착하니 빗줄기가 그래도 많이 봐줬다, 싶은 정도로만 내린다.
비가 내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약하지만
그렇다고 우산을 접을 수는 없는 그런 정도로만.









제일 처음 맞는 것은 요 매표소.
주인도 방문객도 없이 쓸쓸히 방치된 매표소다.
관광지 한쪽에 마련된 놀이공원 이용료 치고는 저렴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가 내리니 별다른 방법 없이 모두들 쉬고 있다.
사실 사람도 없었다.
게다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비'를 뚫고 산정호수에 간 사람은
나와 용감한 내 친구 뿐이었다.







 
조각공원이다.
비가 내려서 뭐 느긋하게 볼 겨를은 없었는데 호수를 대한 첫 이미지는
'아담하다'는 것. 걷고 있으면 두물머리가 주는 느낌과도 비슷했다.


 

 



안개도 있었고 비도 내렸는데
사진을 보니 뭔가 더 촉촉해서 좋다.
확실히 초록 색감이 기분을 명랑하게 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겨울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비 오는 겨울날의 산정호수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ㅠ









사진을 찍을 때는 우산을 저 머리 위로 숨겨야 했다.
그러다가 앙증맞게 자리한 오리들이 귀여워 우산을 씌어주었다.
나는 저렇게 산정호수를 걷는 내내 우산과
카메라와
동행했다.









 
조각공원에서 다리를 건너면 비로소 산책길이 나온다.
호수를 따라 조용히 걸으면 된다.
군데군데 물 웅덩이도 있고, 질척거리는 통에 혹 미끄러지면 절대 안된다는 생각으로
걸음걸음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런 악조건을 떼어놓고서라면,
비 내리는 날의 산정호수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사람도 없고 적당히 운치 있고 또 안개낀 산이 주는 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산신령이 나올 것만 같은.









 
지금이 겨울인 줄 아는지 앙상한 나뭇가지 끝엔 빗방울이 내려가지 못하고 매달려 있다.
실제로는 더 영롱하고 더 싱그러웠다.










산책길 중반 정도를 지난 것 같다.
이쯤부터는 비가 조금 더 내리기 시작했다.
잠깐 비가 그친 것 같아서 우산을 접었었는데,
그 모냥새를 비웃기라도 하듯 다시 비가 쏟아졌다.
그래도 사진은 멀쩡하게 찍을 수 있는 정도라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이 두 사진이
그날의 모든 피로를 날려주었다.
당시의 내 느낌과 생각, 그리고 기억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사진이다.
그러니까, 그곳에서 사진을 찍은 '나'와 제일 잘 통했던 사진인 셈이다.










저 건너편에 보이는 한옥이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의 촬영세트인 모양이다.
비가 더 세차게 올 뿐더러
지금은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아서 먼 발치에서만 보았다.

이제는 다시 길을 되돌아 나갈 차례다.
딱 여기까지 왔다가 돌아갈 때는 정말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해서,
카메라를 얼른 가방에 넣고 비를 피해 빠져나가기 급했다.


그래도 그날, 여행길을 시작하며 비를 피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다.
고맙게도 비는 여행에 무리가 가지 않을 딱 그만큼만 내려 주었다.
비가 내리는 산정호수는 -화창할 때를 경험하진 못했으나-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돌아오는 길, 여전히 비는 세차게 내렸고
나는 그제야 여유로운 마음으로 창밖을 내다볼 수 있었다.

비를 피할 상황이 생기더라도
여행을 피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도 그만의 추억을 선사한다.
물론 지나고 난 일이니 추억이 되는 것일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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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 산정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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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ain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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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io_love&free 2010/07/14 2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 이쁘게 잘 나왔다. 인평대군은 인조의 셋째아들, 이동갈비는 포천 이동면이 맞는 것 같고..블로그를 보아하니 다 차로 다녀왔네. 버스로는 무리였나봐. 아빠가 섭섭해 하지는 않으셨니? ㅎㅎㅎ

  2. BlogIcon 해우기 2010/07/19 22: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좋은 길이군요
    언제인가 십여년전에 포천에서 이동갈비를 먹겠다고 친구들과 이리저리 헤매였던 기억이...

    다시금 돌아가려 하여도 쉽지않은 그 기억들이....

    비오던 스위스 어느 마을을 지나며 문득 버스에서 뛰쳐나가 미친듯 혼자 걷고싶었던 그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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